겨울과 봄 어딘가에서 머뭇거리는 모든 이에게 제철 사랑단 vol.1
입춘(立春): 계절의 시작, 봄에 들어서는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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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제철 잡담 ‘제철 사랑단’ 뉴스레터 첫 호입니다. 여러분은 매 절기가 얼마만큼의 주기로 돌아오는지 알고 계신가요? 계절을 24등분한 절기는 약 15일 간격으로 달라집니다. 봄의 시작을 의미하는 입춘에서 시작해, 겨울의 절정을 알리는 대한으로 치닫기까지. 저마다의 이름을 간직한 절기는 때론 마법처럼 계절을 선명히 구분짓는 기점이 되기도 하지요.
제철의 문화를 전하는 <mada> 매거진의 확장판이기도 한 제철 사랑단은 앞으로 절기마다 제철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에요. 수많은 뉴스레터가 읽지 않음 상태로 방치되는 시대에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쓰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힐 글을 보내겠습니다. 거창한 영감이나 실용적인 인사이트보다 ‘벌써 입춘이구나’ 함께 감탄할 잡담을 나누어요.
제철 사랑단의 뉴스레터는 <mada>를 만드는 후삼, 종원, 예진이 함께 씁니다.
후삼의 <제철 식탁>, 종원의 <산책과 장면들>, 예진의 <제철 문장>까지.
세 가지의 시선으로 제철 잡담을 떠들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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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식탁>에 찾아온 <계절>을 담아 이야기를 나눌, 민섭(후암동삼층집 aka.후삼) 입니다.
벌써 입춘입니다. 입춘은 봄이온다는 뜻으로 24절기의 시작이에요.
사실 절기의 구분이 실제 계절(날씨)와 100% 일치하지는 않기에 아직 봄을 느끼기엔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괜시리 마음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가장 쉽게 계절을 알아채는 것은 아마도 사람보다는 땅 속의 작물들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아직도 패딩을 껴입고 있지만, 조금씩 봄의 작물들을 찾을 수 있는 것을 보니 식탁에 먼저 봄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먼저 빼꼼 고개를 내미는 것은 봄나물의 대표 격인 ‘냉이’입니다. 사실 냉이는 겨울에 더 맛있습니다. 약 12월부터 냉이를 만나볼 수 있는데 가장 추운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서 자라며 뿌리에 진한 향과 영양분이 응축됩니다. 본격 봄이 찾아오는 3~4월보다 바로 지금 즈음이 냉이의 제철이죠. 어떻게 보면 겨울이지만, 절기상으로는 봄을 알리는 ‘겨울과 봄 사이’인 지금 가장 어울리는 작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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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를 보통 어떻게 드시나요? 무침이던 된장찌개던 한식에서 두루 사용되는 재료라 익숙한 식재료인데요. 마다밀에서는 작년 봄에 냉이 수프를 끓이거나, 냉이 된장 리조또를 만들어 계절을 함께 나눴던 기억이 있어요. 올해엔 먼저 냉이로 페스토를 만들어 식전 타파스로 내어드리고 있는데 이 냉이 페스토 레시피를 살짝 공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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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200g, 파마잔치즈 50g, 올리브유 150g, 견과류 30g, 다진마늘 10g, 소금1t *분량의 재료들을 블렌더에 곱게 갈아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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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토는 파스타 면을 삶아 살짝 버무려 먹어도 좋고, 빵에 발라먹어도 좋고, 감자를 쪄서 발라 먹어도 좋아요. 아직 너무 추운 겨울이지만, 곧 봄이 오겠죠? 향긋한 냉이 내음이 식탁에서 만큼은 먼저 봄을 느낄 수 있게 해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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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이라는 건 그러니깐 제자리라는 건 멀까요 사랑, 우정, 김장김치, 대통령, 삼성전자 주가… 세상에 무엇하나 변하지 않는 건 없는데 말이죠
그러니깐 이건 실험이겠지요. 제자리를 찾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요(신형철/마음산책)
이 실험 끝에 우리는 어떤 사랑을 맞이하게 될까요?
안녕하세요 종원입니다. 마다의(마다밀에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아시겠지만) 사진과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지요.
이렇게 마주 앉는 건 처음인데 왜일까요 낯설지 않습니다. 때때로 이렇게 얘기를 나눴던 기분이에요. 몇몇 사진들을 함께 보면서요
그때 우리가 본 장면 속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었을까요? 이곳에선 그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잡담과 우연, 어쩌면 매일에 대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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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잡담(2026.1.6) 예진 : 이 열매가 겨울까지 남아 있는 이유 알아요? 맛이 없어서래요. 맛이 없는 열매는 겨울까지 남아 배고픈 새들의 먹이가 된답니다.
함께 산책한 이 민섭 예진과 마다 겨울호 워크샵을 왔습니다. 낙상사를 걷다 왔지요. 이날 우리가 발견한 것들로 작은 집을(소설집을) 꾸릴 예정이에요. 기대해 주세요. 마다 겨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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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로는 처음 인사드리네요. 매거진 마다를 함께 만들고 있는 예진입니다. 저는 앞으로의 절기마다 '제철 문장' 코너에서 지금 함께 읽고 싶은 문장을 골라 제안하려 합니다. 적확한 제철의 문장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공유하는 비슷한 풍경 속에 머물며 건져올린 문장일 거예요.
입춘 맞이 문장은 씨앗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오랜 시간 초록을 모두 앗아가버린 겨울 풍경을 미워하곤 했습니다. 싹을 틔울 희망까지 모두 소거해버린 듯한 황량함에 추위는 배가 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숲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겨울의 역할을 달리 보게 됐어요. 겨울은 식물에게 새 시작을 위한 분기점이 되어 줍니다. 특히 씨앗에게 겨울은 꼭 필요한 시기인데, 추위 속에 발아를 촉진시키는 호르몬이 생성된다고 해요. 비교적 온난한 가을에 씨앗을 떨궜다고 하더라도 서둘러 싹을 틔우지 않고 겨울을 기다리죠. 씨앗의 생태 전략에 따르면, 겨울은 견뎌야 하는 시간이 아닌 꼭 필요한 시간이고 냉큼 건너야 하는 시간이 아닌 기다려지는 시간인 거예요.
꽁꽁 언 땅 아래, 쭈욱 기지개를 켤 씨앗을 상상합니다. 만약 우리가 식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겨울은 고요나 적막이 아닌 생동으로 기억될 지도 모르겠어요. 입춘 무렵, 눈은 아직 다 녹지 않았고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식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시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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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내리겠다고 결심했을 때, 씨앗은 어마어마한 도박을 하는 것이다. 언젠가 한 씨앗 연구자는 내게 "씨앗이란 자신의 도시락과 함께 도시락 상자 안에 들어있는 식물"이라고 묘사했다. 그 상자 안에는 전체 식물의 청사진이 잠든 채로, 하지만 내내 살아있는 채로 들어있다. 일단 뿌리를 뻗은 식물은 자기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닥쳐오는 모든 위협을, 바람, 눈, 가뭄, 동물의 입을 직면해야 한다.
조이 슐랭거, 빛을 먹는 존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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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mada> 겨울호가 곧 나와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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