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벌레들이 깨어나고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가 땅 밖으로 나오는 날 제철 사랑단 vol.3
경칩(驚蟄): 벌레들이 깨어나고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가 땅 밖으로 나오는 날 |
|
|
이맘때쯤이면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처럼 건네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벌써 봄이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산했던 산책길에는 날씨만큼 활짝 갠 표정의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계절의 변화는 날씨와 요동하기 시작하는 나무를 통해 알아챌 수 있지만, 사람들의 얼굴과 움직임을 보고서도 알 수 있습니다. 한껏 들뜬 사람들 사이에 머물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 계절을 찬미하게 됩니다. 더구나 우리는 제철사랑단을 만들고, 절기마다 알림처럼 지금의 이름을 알게 되잖아요.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하나 더 알아차립니다.
경칩은 본격적으로 봄을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오후 내내 창을 열어 두어도 그리 춥지 않죠. 특히 이번 경칩은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은데요. 36년 만에 돌아온 정월대보름의 레드문 덕분이에요. 월식은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로,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에 가까워지는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죠. 달에 비친 둥근 지구 그림자. 옛날에는 월식을 근거로 어떤 징조를 읽어내기도 했는데, 붉은 달은 강한 기운이 있는 해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새해 첫 보름달과 진정한 봄의 시작을 기념하며, 제철 사랑단 세 번째 소식지를 전합니다.
|
|
|
이번 주는 정월대보름이 있었죠. 곳곳에서 나물의 고소한 향기가 아른거리던 한 주였습니다. 게다가 개기일식까지 겹쳐서, 둥근 달을 볼 생각에 괜히 덩실덩실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정월대보름에 나물을 먹는 이유, 아시나요?
우선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채소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가을에 수확한 나물들을 말려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에 꺼내 먹었거든요. 또 나물을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고, 농사가 풍년이 된다는 믿음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모든 풍습이 그렇듯,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겠죠. 겨우내 말려두었던 묵은 식량을 정리하려는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ㅎㅎ
마다밀에서는 대보름을 맞아 까펠리니면을 곁들인 나물 파스타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이렇게 본격적으로 나물을 무쳐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엄마 찬스를 써서 이런저런 팁을 들었는데요. 그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
|
|
헷갈렸던 건 대부분의 나물 양념이 비슷하다는 점이었어요. 다진 파, 마늘, 간장, 기름 같은 기본 양념은 거의 공통인데, 어떤 나물에 참기름을 쓰고 어떤 나물에 들기름을 써야 하는지가 애매하더라고요.
간단히 말하면, 대보름에 먹는 묵은나물에는 대부분 들기름, 그리고 프레시한 생나물에는 참기름을 쓴다고 합니다. 구수하고 묵직한 향의 들기름은 묵은나물 특유의 냄새를 잡아주고 깊은 맛을 더해주고요. 반면 참기름은 향이 화사하게 피어오르기 때문에, 쓴다면 마지막에 살짝 한 바퀴 둘러주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해요. 덕분에 저도 궁금했던 게 한 번에 해결되었습니다.
올해는 나물을 이용한 파스타로 많은 분들께 복을 기원해 드렸으니, 저도 좋은 일이 생기길 조심스레 바라보며…^^ 아직 나물을 드시지 못한 분들은 뉴스레터를 읽고 나서 나물 반찬을 한번 주문해 보시는 거 어떨까요? 올해 여름 덥대요! |
|
|
홍제천의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안산으로 향하는 가파른 길목을 마주하게 됩니다. 숨이 조금 가빠올 때쯤 비로소 닿게 되는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다정한 봄을 품은 안산벚꽃길입니다.
진입로의 짧고 굵은 경사를 이겨내고 나면, 그 뒤로는 거짓말처럼 편안한 데크길이 펼쳐지죠. 경칩 즈음에는 아직 꽃망울이 터지기 전이라 고요하지만, 땅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나무들의 단단한 생명력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온 만큼, 위에서 내려다보는 홍제천의 풍경은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
|
|
- 산책 메이트: 치기(@chigiverses)
- 산책 코스: 홍제천 ~ 안산벚꽃길
치기: 이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기인가 봐요. '불안'이나 '결핍' 같은 거 말고요. 종원: 그런가. 파트너가 있어도 결핍은 있을 수 있지 않나요? 치기: 아니요, 전 절대 부족할 수 없어요. (단호하게) 지금 전 사랑으로 가득해요.(웃음) 종원 : 그럴 수 있지.(웃음) 그런데 어떻게 '모임(북페어 경험을 나누는)'을 할 생각을 했어요? 치기: 그러니까요. 뭘까요. 종원: 뭘까. 그러니깐. |
|
|
비 오는 날을 좋아하시나요? 한동안 봄비가 내릴 예정이라고 해요. 아스팔트에 남은 염화칼슘 잔여물이 모두 씻겨 나간다고 생각하면 어딘가 개운하게 느껴집니다. 몇 년 사이 우산을 펼치는 횟수가 비약적으로 줄어든 탓인지, 비 소식이 있을 때마다 반갑습니다. 비 오는 날 만큼 책 읽기 좋은 날씨도 없고요. 창문을 살짝 열어둔 채, 바깥의 빗소리를 배경음 삼아 책장을 펄럭이다 보면 덩달아 쓰고 싶은 마음까지 생깁니다. (정작 쓰게 되는 건 메모장에 난사한 헛소리뿐이래도...) 여러분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칙칙한 바깥 분위기에 덩달아 어깨를 늘어뜨리게 되려나요. 날씨만큼 우리의 기분에 직접 영향을 주는 건 또 없을 거예요.
청명한 봄 날씨를 원하지만, 많은 경우 미세먼지나 먹구름 낀 하늘을 마주하게 되죠. 미세먼지 '최악'의 상태를 사랑하기는 어렵지만, 흐린 봄에게는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길 제안하고 싶습니다. 내리는 비를 정면으로 맞이하는 나무들을 보고 있자면, 작게 움튼 싹이 환희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오직 비 내리는 봄에만 목격할 수 있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경칩과 춘분 사이, 길가의 나무가 틔워내는 새 시작을 더 유심히 봐야 하는 시기입니다. 평범했던 풍경도, 싫기만 했던 비 오는 날도 어떤 의미가 덧입혀지면 특별해지기 마련입니다. 이번 봄에는 그저 지나치지 않고, 작은 것들에 깃든 기쁨을 기어이 찾아내 보는 건 어떤가요? 작은 발견들이 모여, 예측 불가능한 흐린 날들마저 기꺼이 맞이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
|
|
흐린 날에는 모든 것이 떨어진다. 새는 날개를 떨어뜨리고(낮게 날고), 구름은 빗방울을 떨어뜨리고, 사람은 기분을 떨어뜨린다. 흔히 그보다 조금 부드러운 단어인 ‘가라앉다’를 선택하지만 말이다. 나는 흐린 날을 다정히 맞는 편이다. 침침한 빛, 자욱한 사물들, 묵직하게 흩어지는 향. 흐린 날에는 모든 존재 자신을 잠잠히 드러낸다. 내 안의 언어와 비언어들조차 소란스럽지 않다. 그 세계가 몹시 안온하고 충만해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다.
한정원, 시와 산책 |
|
|
|